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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준호칼럼] 징벌적 손해배상제

기사승인 [226호] 2021.07.11  11:4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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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준호 횡성희망신문 부대표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는 강자들의 자유는 대다수 약자들의 자유를 억압하기에 당연히 배제돼야 하지만 현재의 징벌적 손해배상제에는 이런 점이 없다

헌법 제 21조는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면서도 이로 인한 피해 시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며 언론의 자유에 따른 책임과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이는 오늘날 전통적인 미디어 외에 유튜브, 페이스북, 트위터 등 미디어의 홍수 속에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런 속에서 지난달 24일 더불어민주당의 김용민 의원은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징벌적 배상이 가능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허위와 조작 보도를 "허위의 사실 또는 사실로 오인하도록 조작한 정보를 보도하거나 매개하는 행위"로 정의를 하였으며, 고의·중과실로 인한 허위 및 조작보도에 따른 피해자는 인정되는 손해액의 3~5배의 배상을 언론사 등에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난 4월말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가 18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는데 찬성하는 비율이 80%로 반대 13%(무응답 7%)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이는 가짜뉴스가 판을 치고, 영국 옥스퍼드 대학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2020년도 조사 결과 대한민국은 조사대상 40개국 중 언론 신뢰도가 21%로 최하위를 기록할 정도로 신뢰도가 떨어진 상태라는 점을 감안하면 당연한 결과로 보여진다.

그러나 역으로 생각하면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는 문제점도 있다. 대형 화재사고 등 요즘 논란의 중심에 있는 쿠팡의 경우 지난 1년간 물류센터 관련 업체에서 9명의 노동자가 사망한 사건을 중심으로 노동실태를 한 언론이 조명했는데 이에 대한 쿠팡의 대응은 기자 개인을 상대로 한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이었다. 다른 대기업도 대부분 정당한 문제제기에 대해서도 손해배상 등으로 해결하려 했기 때문에 글을 쓰는 기자의 입장에서는 이런 법 앞에서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

더 복잡한 문제는 소위 극우 세력도 표현의 자유를 말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어떤 말이든 할 자유가 있다고 주장한다. 당연히 차별과 혐오 등 온갖 주장이 포함된다. 전두환은 자신의 회고록에서 광주항쟁의 희생자에 대한 모욕과 거짓말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표현의 자유가 있다고 주장한다. 서울대 명예교수인 이영훈은 ‘위안부 할머니들이 자발적으로 몸을 팔았다.’고 주장하는 것도 표현의 자유라고 주장한다.

이런 가짜뉴스를 막아서 자유를 증진하고 차별받는 사람들을 보호한다는 것이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명분이다. 그러나 국가의 법적 규제로 이런 것을 막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왜냐하면 가짜뉴스는 심각한 사회적 위기의 증상이지 원인이 아니기 때문이며, 오히려 국가는 그 원인 제공자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지난번 코로나 백신의 부작용 문제가 터졌을 때 정부는 문제없다고 하며 안이하게 대응하다가 가짜뉴스로 인해 일부에서 백신 거부로까지 이어진 경우가 있다. 사실을 직시하고 발 빠르게 대응했다면 겪지 않아도 될 일이었다. 부동산 문제 등 각종 사회 경제적 이슈에서도 적절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며 신뢰를 손상시킨 것이 가짜 뉴스의 범람과 그를 사실로 받아들이는 세력을 낳은 것이다.

이 법이 일부 차별과 혐오를 주장하는 세력에 대해서는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쿠팡에서의 경우와 같이 악용될 여지가 많은 법이기도 하다. 어떤 권리가 법 조문에 적혀 있다고 해서 동등하게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자가 되기를 꿈꾸고 그럴 자유가 있지만 실제적으로 부자가 되는 것은 극소수이다. 표현의 자유도 마찬가지이다. 법적으로는 누구나 말할 자유가 있지만 부자들은 언론과 법을 활용해 더 효과적으로 말할 수 있다. 사회적 약자들은 이에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사회적 약자들이 질 좋은 정보에 접근하는 것은 어렵다. 가습기 살균제의 경우만 봐도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다수임에도 불구하고 가해자는 솜방망이 처분을 받은 것이 현실이다. 이 법은 통과된다면 가진 자들은 손해배상 등을 통해 모든 부분에서 빠져나가려 할 것이다.

그렇다면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는 자들의 자유 역시 주어져야 하는가? 이들은 그들의 표현으로 대다수 약자의 자유를 억압한다. 이러한 자유는 당연히 배제되어야 한다. 표현의 자유란 누구를 위한 표현의 자유인가를 물어야 한다. 현재의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이러한 점이 없다.

횡성희망신문 hschamhope@naver.com

<저작권자 © 횡성희망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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