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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급할 때 누군가가 필요한데 그게 저라는 것이 행복하다”

기사승인 [232호] 2021.10.16  15:4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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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횡성읍 하나미용실 정덕희 원장

미용실을 운영하며 주변 사람들의 소소한 부탁을 들어주고 어려움을 함께하며 동네 민원해결사 역할을 하고 있는 하나미용실(횡성읍 교항리) 정덕희 원장을 만나 나눔과 봉사를 실천하고 있는 삶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편집자 주>

-미장원은 언제부터 했나

“32년 됐다. 가정 형편이 어려웠는데 미용 일을 하는 큰언니가 저를 지목하며 무조건 배우라고 해서 고등학교 졸업하면서 배우게 됐다. 예전에는 공부를 더하고 싶어 하기 싫었다. 지금은 이 직업이 내 직업이구나 느끼며 언니에게 감사하다. 춘천에서 미장원을 했는데 결혼하면서 시댁이 있는 홍천으로 이사가 잠시 하다가 아이가 5개월 때 횡성으로 와 미장원을 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자영업자들이 많이 힘들다고 한다. 초등학생 학부모로 미장원도 운영하는데 코로나로 어려운 점은.

“코로나로 아이가 학교를 쉬고 놀이터에도 못가고 늘 함께 있어야 하는 것이 제일 힘들었다. 영업에는 큰 영향이 없었다. 코로나라고 하지만 머리는 깎아야 하지 않나. 그 때문인지 손님이 예전보다 줄진 않았다. 하지만 한동안은 예전처럼 북적대지는 않았다. 코로나로 손님이 다른 손님과 같이 있는 걸 싫어해 다른 손님이 (미용실에) 있으면 그냥 가곤 했다. 지금은 (코로나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앉아서 노시다 가시는 손님들이 늘고 있다.”

-주변에서 동네 민원해결사라고 말한다.

“애 봐달라는 거, 택배 맡아 달라는 거 등등 주변 사람들이 정말 다양한 부탁을 한다. 그런 부탁을 귀찮아하지 않고 하니까 주변에서 제가 있어 다행이라고 말하는 분들이 많다. 저는 그게 정말 행복하다.”

-그런 부탁을 들어주는 게 귀찮고 어려운 일인데 어떤 마음 갖고 하는지 궁금하다.

“가끔은 귀찮을 때도 있다. 대신 받아주는 택배나 맡겨 놓은 세탁물을 빨리 찾아가지 않아 (미장원 안에) 쌓여있을 때도 많아 손님들에게 미안할 때도 있다. 아이와 핸드폰 연락도 안된다며 집에 가봐달라고 부탁하는 전화가 와서 가게를 비우고 다녀오는 경우도 있다. 그래도 급할 때 누군가가 필요하고 그게 저라는 게 기쁘다. ”

- 그동안 부탁받은 일 중 기억에 남는 것은.

“애기나 아이들 봐준 거가 기억에 남는다. 춘천에 있을 때 출근하면서 아이를 미용실에 맡겨 놓고 유치원 버스 태워주고 저녁에 받아 달라고 부탁한 엄마가 있었다. 귀찮아하지 않고 해주니까 나중에는 그 집이 계약이 만료돼 이사 갈 때가 됐지만 (저 때문에) 이사 안간 일도 있었다. ”

-춘천, 홍천에서도 살아보았는데 횡성에 살면서 다른 지역에서 느끼지 못했던 게 있다면 어떤 것이 있나.

“횡성에서 처음 미용실을 시작했을 때 한 사람이 머리를 깎으러 오면 3~40대 젊은 사람들이 여러 명 같이 와서 뒤에서 보며 이런저런 평을 했다. 시험 보는 거 같기도 하고 너무 힘들고 화도 나고 해서 처음엔 진짜 그만두고 싶었다. 춘천에서는 그런 일이 한 번도 없었는데 (텃세가) 심하다고 느꼈다. 제가 힘들어하니까 어떤 분이 저보고 횡성사람이라고 하라 했는데 저는 그렇게 속이는 일은 안 한다고 했다. 그랬더니 (그분이) 타지 출신이라 얘기하면 얼마나 힘든 줄 아느냐면서 자기도 횡성에 와서 자리 잡는 데 10년이 걸렸다고 했다. 저는 (그분 말 안 듣고) 춘천사람이라고 얘기해 초창기에는 진짜 힘들었다.”

-지금은 어떤가

“이젠 그런 일 없다. 제가 더 세니까... 하하(웃음). 까탈스럽게 했던 사람들도 지금은 다 장기고객이 됐다.”

-횡성에서 살면서 좋았던 점도 있다면

“제 아이가 5개월 때 횡성에 왔다. 11개월 때까지 애기 돌봐주는 할머니가 봐주셨다. 그 후에는 어린이집에 보냈는데 어린이집에 갔다 오면 아이 봐줄 사람이 없어 미용실에 있게 하고 일을 했다. 그때마다 손님으로 왔던 어르신과 동네 분들이 아이를 봐주셨다. 저는 우리 아이를 동네 사람들이 다 키워주신 거라 생각한다. 고맙고 감사한 일이다. 제가 이렇게 나눠주고 봉사하게 된 것도 동네 분들이 제 아이를 너무 잘 돌봐주셨기 때문이다.”

-횡성에 살면서 이런 것은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들이 있나.

“횡성사람들이 친절해졌으면 좋겠다. 제 생각에는 너무 안 친절하다. 친절하지 않아도 손님이 와서 그런지 안 친절한 경우가 많다.”

- 대외적으로 하는 봉사활동이 있나.

“횡성에 오기 전에는 적십자 활동을 했는데 지금은 안 하고 개인적으로 출장 미용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우리 미용실에 다니셨던 어르신들 중에는 건강상 이유로 미용실에 못 나오시는 분들이 계신다. 그분 가족들이 (출장 미용을) 부탁하면 저녁에 일 끝나고 가서 무료로 미용 봉사를 한다. 제 아이가 초등학생인데 중학교에 가면 단체에 가입해 미용 봉사 같은 재능 기부 봉사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 아이가 하나인데 교육은.

“아이가 육사를 가고 싶어 한다. 그런데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 같아 걱정이다. 아들에게 물어보니 애들이 많으면 집중이 안된다고 해서 학원은 안보내고 있지만 중학교에 가서 어렵다고 학원 보내주세요 할 때는 보내려 한다. 육사를 못가면 파충류과를 가겠다고 한다. 집에서 도마뱀, 거북이도 키우고 새도 키우고 있다. 제가 허락했다. 아들이 다 돌본다.

횡성에 인재육성관이 있지만 처음 취지에서 너무 벗어난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자기 기본 실력으로 가야지 인재육성관을 가기 위해 학원을 가는 게 용납이 안 된다. 지금 6학년인데 자기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고 더 노력하라는 의미에서 올해 인재육성관 시험은 보라고 했지만 합격해도 보낼 생각이 없다.”

-붙었으니까 다니고 싶다고 한다면?

“그러면 보내는 거죠. 애가 하겠다고 한다면 그건 고마운 거고. (인재육성관은 저녁때도 수업이 있는데) 사실 우리 가족은 습관이 돼서 9시면 잔다. 집에 TV도 없고 아이에게 스마트폰도 안해줬다. 중학교에 가면 10시에 자는 걸로 하기로 했다. 저는 5시에 일어나서 미용실도 아침 6시에 문을 연다.”

정덕희 원장에게 동네 사랑방이자 민원 해결의 장소로 미용실을 계속할 생각인지 물어보았다. “저는 받은 게 많아서 보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농사짓는 분들이 호박, 깻잎 가져다주고 없으면 또 주시고. 넉넉하게 주시면 버려지는 게 없게 다른 분들과도 나누고... 이렇게 주고받고 함께 사는 것이 행복하다. 그래서 앞으로도 보답하며 사는 미용실을 계속할 생각이다.”라는 정 원장의 말에서 봉사와 나눔을 실천하며 이웃과 함께 하는 삶의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끝으로 정덕희 원장에게 동네 사랑방이자 민원 해결의 장소로 미용실을 계속할 생각인가를 물어보았다. “저는 받은 게 많아서 보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농사짓는 분들이 호박, 깻잎 가져다주고 없으면 또 주시고. 이렇게 주고받고 함께 사는 것이 행복하다. 그래서 앞으로도 보답하며 사는 미용실을 계속할 생각이다.”라고 답하는 정 원장의 말 속에서 봉사와 나눔을 실천하며 이웃과 함께 하는 삶의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조만회 hschamhop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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