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setNet1_2

횡성에서 살아온 토종씨앗이야기 (10) 정창순 할머니와 울타리콩

기사승인 [0호] 2012.11.26  15:10:51

공유
default_news_ad1

- “강낭콩이 뭐 맛있어? 울타리콩이 제일 맛있지”

 

▲ 정창순할머니 (우천면 하궁리.70세)

횡성여성농업인센터(토종씨앗지킴이)



 우천면 하궁리에 정창순(70세) 할머니는 15년 넘게 울타리콩을 심고 계신다. 어릴 때부터 농사일을 거들었기 때문에 농사경력이 50년이 넘는다. 처음 울타리콩을 심었을 때는 씨앗을 이웃에서 구해 스무 알쯤 심었다. 

 “처음에는 낭게(나무)옆에 심다가 이제는 고추하우스 안에 강사리(가장자리) 철주대에 올려.” 반 되박 씨앗을 심으면 추석 무렵부터 따서 풋콩으로 12관(48Kg)을 따다 팔고도, 11월에는 마른 것으로 두말은 수확할 수 있으니 좋다고 한다. 풋콩은 꼬투리째 따서 장날에 4Kg 한 관에 삼사만원씩 받고, 마른 콩은 까서 한 되박에 만원을 받을 수 있다. 

 할머니는 울타리콩 중에 제일 맛있는 까만 울타리콩과 빨간 울타리콩을 심는다. 

 “맛은 두 가지가 비슷한데 빨간 게 더 맛있어. 생긴 것도 틀리지. 빨간 거는 꼬타리(꼬투리)가 몽탁몽탁허구 통통헌 게 그렇고, 까만 콩은 잘 되면 꼬타리가 길어, 더 납작허구.”   

 양력으로 4월 말쯤 흰콩 심기 전에 울타리콩을 심어왔다. 나무 옆에 심으면 나무를 타고 올라가는데, 콩이 여문 뒤에 비를 자꾸 맞으면 썩어서 좋지 않았다. 옥수수대 옆에도 심어보고 자꾸 방법을 찾아보다가 7-8년 전부터 고추 하우스 안에 심으니 정말 잘 된다고 비법을 알려주셨다. 

 “하우스 철주대 타고 올라가서 꼭대기에 가서 맥히니까 이게 척 꼬부라져서 땅으로 떨어지는데, 그렇게 잘 달려. 비 안 맞고 땅이 걸차니까 잘 되지. 꼬타리 누럴 적엔 엄청 보기도 좋지. 하지만 너무 많이 심으면 안 돼. 이파리가 꽉 차가지고 하우스 안 공기를 꽉 막아서 통풍이 잘 안 돼.”

 울타리콩은 일찍 심어도 늦게까지 덩굴을 뻗으며 이파리가 승하다가, 왜 안 달리나 걱정할 때쯤에야 꼬투리가 달려서 나중에는 주렁주렁 늘어진다. 하우스 안에서 고추를 따려면 ‘울타리콩 덤부살이가 갈구쳐서 몇 번이고 다시는 심지 말아야지‘ 생각했다가도 콩이 정말 맛있기 때문에 씨를 없애지 않고 계속 심게 된다고.

 울타리콩이 맛있고 잘 달려서 이웃 두 집에 씨앗을 나눠주었다. 한 집은 복분자 하우스 철주대 옆에 심었다. 하지만 비닐을 씌우지 않은 하우스에 밭이 달라서인지 찌그러지고 썩어서 콩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또 다른 집은 덩굴이 길게 뻗지도 않으면서 많이 달려서 찾아온 친척이 맛있다고 많이 따갔다. 

 할머니는 콩 중에서 이 울타리콩이 제일 맛있다고 했다. 추석 지나 풋콩을 까서 밥이나 떡 할 때 먹고, 마른 뒤에도 물에 불려먹으면 똑같이 맛이 좋다. 어릴 때는 쪄서 껍질째 먹을 수도 있다. 맛이 좋아 콩만 쪄먹기도 한다. 

 정창순 할머니는 오랫동안 심어왔던 토종대파와 토종오이가 있었지만 몇 년 전에 그만 씨를 지우고 말아 못내 아쉽다. 요즘 대파는 씨가 떨어져도 다음해에 다시 나오지 않지만, 토종대파는 몇 년이고 떨어진 씨에서 대파가 자라기 때문에 계속 뜯어먹을 수가 있었다. 하지만 미처 풀을 뽑아주고 가꿔주지 않았기 때문에 그만 없어져 버렸다.

 늙어도 아삭한 토종오이는 씨앗 둔 데를 몰라 심지 못했다. 예전부터 심던 토종마늘도 실하게 되지 않아 다른 집 마늘을 구해다 심었다. 팔주 강냉이라고 부르는 토종 흰메옥수수는 뻥튀기 하면 강냉이 알이 굵고 좋았는데, 모두들 찰옥수수를 심는 바람에 없어졌다. 

 토종들은 대부분 수익 작물에 밀려 없어지지만, 미처 손이 가지 않거나 씨앗을 잃어버려 대가 끊어지기도 한다. 빨강, 검정 울타리콩은 맛도 좋고, 수확도 좋고, 값도 좋아서 할머니에게는 괜찮은 작물이다.

  울타리콩은 걸찬 데 심으면 잘 되지만 수확철에는 비를 자꾸 맞지 않아야 한다. 수확철에 비를 맞으면 썩기 때문에 다른 농가에서는 많이 심지 않는 것 같다. 비닐 하우스가 있다면 하우스 안에다 시험 삼아 심어보면 좋을 것 같았다.

 할머니는 얼마 전에 재미난 일이 있었다고 얘기를 해주셨다. 동네 몇 집이 참새를 잡아 겨울에 만둣국을 해먹자고 모였다고. 올해 유난히 참새 떼가 극성을 부려 수수와 좁쌀, 기장 같은 잡곡을 작살냈으니 그럴 법도 했다. 그물 세 개를 사오고 여섯 사람이 참새잡이에 나섰는데 “가느다란 거미줄 같이 얽힌 그물을 철주에 껴서 모기장처럼 해가지고 나무를 뺑뺑 돌려서 높게 치고, 사람이 하나 들어가 산수유나무에 있는 참새를 쫓았어. 두드리면 이놈의 참새가 말짱 날아가다가 거기에 다 걸려서 엄청 잡을 줄 알고 기대를 했는데, 새들이 그물에 탁 걸리니까 얼른 돌아서 나와서 저 꼭대기 공중으로 날아가던데! 엄청 기대를 허고 말짱 모여서 했는데 한 마리도 못 잡았어.”

 구수한 이야기에 둘이 한참을 웃었다. 열심히 일하고 고단한 몸을 이웃과 재미나게 풀면서 살아가시는 할머니의 소박한 삶처럼, 울타리콩이 우리 곁에 오래오래 남았으면 좋겠다.

 

 

▲ 할머니의 검정울타리콩, 빨강울타리콩

 

▲ 비닐하우스 철주대아래 심은 울타리콩을 수확한 후 남아있는 덩굴모습

 

 

 

 

 

 

 

횡성여성농업인센터 yongy63@naver.com

<저작권자 © 횡성희망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