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setNet1_2

미 국방장관의 방한이 남긴 것

기사승인 [181호] 2019.08.18  22:57:35

공유
default_news_ad1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평화를 위해 일본은 물론 미국과의 관계 재정립도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다.

태준호 횡성희망신문부대표

에스퍼 미 국방장관이 한국을 방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 분담금 인상에 합의했다고 자랑하고, 에스퍼 장관의 취임 일성이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에 수개월 안에 중거리 미사일 배치를 희망한다는 발언 직후 나온 방문이어서 이번 방한의 주제가 이와 관련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는데, 이러한 예측과는 반대로 이 사안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는 것이 청와대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힘들다. 단적인 예로 청와대에서는 민감한 현안인 호르무즈해협 파병 문제가 논의 안 되었다고 밝혔으나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의 만남에서는 ‘공식적이고 명시적인 파병요청은 없었다.’면서도 이와 관련한 다양한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답한 것이다. 이는 아덴만에 파병되어 있는 청해부대의 경우 국회의 동의 없이도 파병 가능하다고 말한 것과 맞물려 이미 파병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단지 문대통령과의 짧은 만남에서 방위비 분담금, 호르무즈해협 파병, 중거리 미사일 문제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는 청와대의 말은 민감한 현안에 대해 국민들의 동의 없이 비밀리에 이 일을 추진하려 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하게 추진한 것이 있다. 지소미아(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문제에서는 공감대를 이뤘다고 밝혀 정부가 이 협정의 유지를 가닥을 잡은 것이다. 사실 일본의 경제보복이 어느정도 진행될 때까지만 해도 이 문제는 논의의 대상이 아니었다. 중국을 겨냥한 한미일 공조에서 이 협정은 중요한 의미가 있기 때문이었는데, 급속한 대일관계의 악화 속에서 협정 파기가 언급된 것이다. 일본의 입장을 두둔하며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던 미국이 대중 정책의 일환으로 한일관계의 개선을 요구하고, 일본 역시 더 이상의 추가 도발을 하지 않는 것은 이 협정이 미국과 일본의 동아시아 정책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고, 미 국방장관의 말 몇 마디에 협정 유지 및 독도 훈련 연기 등 입장을 바꾼 것을 보면 현 정부 역시 한미일 공조를 깨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이번에 논의되지 않았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이번 회담을 계기로 미국이 지속적으로 주장하는 다른 문제도 주시해야 한다.

첫째, 호르무즈해협 파병문제이다. 이곳에 다국적 연합 함대를 보내자는 미국의 구성에 현재 영국만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 한국이 파병하면 선도적인 지원의 역할을 할 것이다. 여기에는 이란은 물론 여전히 이란에서 원유를 수입하고 있는 중국과의 충돌도 예상될 수 있다. 2003년 이라크를 피로 물들였던 노무현 정부의 파병이 가져온 국익이 있었나 다시 한 번 고민해봐야 할 때이다.

둘째, 중거리 미사일 배치 문제이다. 중국은 이미 군사·경제적 보복 조치를 경고하고 있다. 이는 중거리 미사일이 공격용이고 핵 탑재까지 가능하기 때문인데 지난 시기 방어용이라는 명분으로 설치된 사드가 가져온 사회 경제적 파급력과는 격이 다를 것이다.

셋째, 방위비 분담금 문제이다. 이미 지난번 합의에서 1조원을 넘긴 지금 미국은 5조 9천억원을 요구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그간 미국이 부담해 온 직·간접비용 전체를 합한 금액인데 이것이 그대로 현실화되지는 않겠지만 상당한 금액의 인상안을 내놓을 것이다.

한편 북핵 문제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여전히 관계가 좋다고 하고 있지만 북미간에 여전히 간극이 크고 자신의 이익을 우선시하기에 협상의 성사가 쉽지 않다.

이러한 전략은 전 세계에서 미국의 패권을 유지하려 하는 것일 뿐 한국의 이익이나 동아시아의 평화 유지와는 거리가 멀다. 호르무즈해협 문제도 결국 미국이 기존 협정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결과인데 책임은 이란에게 떠넘기고 중동지역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이를 무시하고 계속 북한에 대한 이해관계와 한미 동맹, 혹은 국익을 이야기하며 미국에 계속 끌려 다닌다면 한반도의 평화, 나아가 동아시아의 평화에 역행하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다. 일본과의 관계 재정립을 하고 있는 지금 미국과의 관계 재정립도 반드시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태준호 기자 hschamhope@naver.com

<저작권자 © 횡성희망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