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우의 희망낙(樂)서
농 부
▲ <고향> 4F 종이에 아크릴 |
초상집에서 사십년 만에 만난 중학교 친구는 농부였다. 그는 나보다 십년은 더 늙어보였다.
나는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 그의 얼굴을 알아보려면 40년의 세월을 건너야 한다. 얼굴과
이름을 대조하며 한참을 들여다본 끝에야 나는 그의 얼굴에서 까까머리 미소년을 찾아냈다.
중학교 때 내 꿈은 농부였다. 우리 반에서 농부는 나 혼자였다. 농사꾼 자식의 오기였다.
뭘 하고 사냐는 그의 물음에 나는 괜히 부끄러워 차마 그림 그린다는 말은 하지 못했다.
“고향 가서 농사나 지어야지” 무심코 내 뱉었던 말들을 걷어 들이고 싶었다.
정현우/ 시인·화가
희망신문 hschamhop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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