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만식 교수의 옛이야기 속 부부 심리>
지난번 이야기 ‘첫날밤’에서와 같이 부부가 된다는 것은 어찌보면 모험입니다. 모든 것이 처음이라 온통 서툴뿐이기 때문이다. 미리 연습도 복습도 할 수 없는 오로지 실전만이 있을 뿐입니다. 더군다나 부부 중 어느 하나가 잘 한다고 해서도 행복할 수도 없습니다.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 운명 공동체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스스로 불행한 삶을 애써 선택하려고 하지 않는 한, 서로를 보듬어야만 합니다. 상대의 실수도, 잘못도, 모자람도, 상처도 마음으로 껴안아야 합니다. 사실 행복하려면 그 수밖에 없습니다. 오직 상대가 떼려야 뗄 수 없는 내 삶 전체 중 반, 내 몸 전체 중 반이라는 생각과 마음으로 보듬을 때만이 모두 행복할 수 있는 운명 공동체이기 때문입니다. 서로를 믿고, 바라고, 의지하고 사랑해야 합니다. ‘36바퀴 긴 부부’도 이러한 생각과 마음을 담은 이야기입니다. ‘첫날밤’을 무사히 보낸 부부가 살면서 겪는 또 다른 이야기입니다.
<36바퀴 긴 부부>
옛날에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집이 매우 가난해서 단칸방에서 살았습니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아들이 다섯이나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습니다. 내외가 재미를 좀 보려고 해도, ‘아, 이 아들놈들’ 때문에 통 재미를 볼 수 없었습니다. ‘아, 재미를 좀 볼라치면, 이놈들이 꼭 깨서 법석거리는 바람에 당할 수가 있어야지요.’ 뭘 안듯이 낄낄거리며, 속닥거리니 말입니다.
그래서 하루는 내외가 약속을 했습니다.
“임자, 내가 마실 가서 한참 있다가 올 테니 기다리구려.”
“언제 오시려고요?”
“아, 이놈들이 깊숙이 잠잘 때쯤 올 테니까 자는 척하고 기다리구려.”
마누라는 호호호 반기며 말했습니다.
“알았어요. 호호호.”
“아, 그리고 내가 돌아오는 기척이 있거든 그때 벽에 바짝 붙어서 나한테로 오소. 애들 깨지 않게 나도 자네한테로 갈 테니 중간쯤에서 만나자구. 알았지?”
“예, 알았어요. 걱정 마요.”
내외는 이렇게 약속을 해 놓고, 마냥 신났습니다.
그림 송영주 |
그날 밤, 남편은 마실 가서 한참 만에 돌아왔습니다. 어두워 잘 보이진 않았지만, 아이들은 자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마누라가 먼저 남편이 온 기척이 나자 벽에 딱 붙어서 살살 기어갔습니다. 남편도 마누라한테 간다고 벽에 딱 붙어 기어갔습니다.
그런데 한 바퀴, 두 바퀴…. 아무리 돌아도 부부는 만날 수 없었습니다. 어두워 잘 보이지 않아 그랬는지, 부부는 같은 방향으로 기어갔던 것이었
습니다. 그것도 모르고 부부는 서로 만나기 위해 쉬지 않고 계속해서 기었습니다.
그렇게 자꾸 기어서 방안을 돌더니 결국 막내 아들놈 손가락을 꽉 밟고 말았습니다. 그러자 아들놈이 깨면서 비명을 질렀습니다.
“아이구, 아야. 내 손가락 깨지네.”
그러니까 다른 아들놈들이 또 깨면서 말했습니다.
“둘이 만나려면 한 사람은 이리 가고, 또 한 사람은 저리 기어야지. 둘 다 같은 방향으로 기니 어디 만날 수 있나.”
“그러게 말이야.”
그러자 제일 큰놈이 소리쳤습니다.
“야, 이놈들아, 조용히 안 해. 니들이 말하는 바람에 다 들통났잖아. 날 샐 때까지 기었으면 아마도 2백 바퀴는 돌았을 텐데 말이야. 이제 겨우 서른여섯 바퀴밖에 안 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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