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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십굴(2)" 마음을 다하면 못해낼 일이 없다.

기사승인 [184호] 2020.01.08  18: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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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이놈. 잘 들어라.”
“….”
“네가 아내를 찾으려거든 저 바위산을 뚫거라. 그리하면, 내가 네 아내를 풀어 주겠다.”
“….”
“하하하. 하하하.”

이웃들은 다들 혀를 찼습니다. 그 바위산은 이쪽에서 반대쪽까지 작게 잡아도 50리나 되는 큰 산이었기 때문입니다.

‘무슨 수로 그 산을 뚫는단 말인가?’
‘쯧쯧쯧.’
‘안됐구만.’

원님 아들이 돌아간 뒤 한참이나 지나서야, 마십은 겨우 몸을 가누고 일어났습니다. 마십은 너무나 억울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사랑하는 아내를 포기할 수는 없었습니다. 마십은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습니다. 이윽고 마십은 이웃들에게 원님 아들의 말을 전해 들었습니다. 그러자마자 집에서 곧바로 삽과 곡괭이를 들고 나와 굴을 파기 시작했습니다. 원님 아들의 말을 곧이곧대로 들었던 겁니다. 아니, 그것만이 유일한 희망이었던 겁니다. 무엇이든 무슨 일이든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해야했습니다. 그래서 마십은 먹지도 자지도 않고 굴을 파고, 또 팠습니다. 이웃 사람들의 만류도 뿌리치고, 파고 또 파 나갔습니다. 지치면 쓰러져 자고, 일어나면 또 팠습니다. 하지만 바위산을 삽과 곡괭이만으로 파기에는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자, 이웃 사람들은 혀를 차며 그를 비웃기 시작했습니다.

그림 송영주서울여자대학교 서양회화과 졸업sfineart@naver.com

“어이구. 미친놈.”
“먹지도, 자지도 않고, 웬.”
“백날 파면, 뚫리겠다. 이놈아. 쯧쯧쯧. 불쌍한 놈. 마누라 찾겠다고.”

그런데 갑자기 마십이 흥분하여 말했습니다. 그 말을 들은 것입니다.

“백날 파면, 뚫린다고요?”
“.......”
“진짜 백날 파면, 뚫리냐고요?”

“그래, 백날 파면 뚫리겠다. 이놈아! 너 이제 완전히 미쳤구나. 미쳤어.”

“그래요? 나 미쳤소. 내가 백날 파겠소. 내가 꼭 해낼 것이오. 꼭 되찾을 것이오. 두고 보시오.”

“아니, 그러지 말고 포기해. 너라도 일단 살아야 할 것 아니야.”
“하하하. 걱정 마시오. 내가 꼭 해낼 테니….”

마십은 이를 콱 깨물었습니다.

‘백날 파면, 뚫린다고 했으니, 내가 꼭 해낼 거요. 꼭 해내고 말거요.’

마십은 굴파기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마십은 밤낮으로 열심히 굴을 파 나갔습니다. 사랑하는 아내를 찾고야 말겠다는 일념으로 파고 또 팠습니다. 그런데도 굴 파기는 그다지 진척이 없었습니다. 바위산이기에 굴 파기는 더욱 힘겨웠습니다. 그렇게 99일이 흘렀습니다. 하지만 마십은 쉬지 않았습니다.

‘내일이면, 100일이다.’

마십은 더욱 힘을 내어 열심히 파 나갔습니다.

드디어 100일이 되었습니다. 이웃 사람들도 궁금해 모여들었습니다. 그러든 말든 마십은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쉬지 않고, 파고 또 파고, 있는 힘을 다해 또 팔 뿐입니다. 하지만 바위굴은 뚫리지 않았습니다. 저녁이 되어도 뚫리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마십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꼭 뚫릴 것이라고 되뇌며, 파고 또 파나갔습니다. 바위굴이 뚫릴 때까지 멈추지 않을 작정이었습니다. 죽어도 멈추지 않을 작정이었습니다. 꽤 시간이 흐르자, 이웃 사람들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하나둘 돌아가 버렸습니다. 이내 마십은 또 혼자 남았습니다. 적막하고 캄캄한 밤만이 남았습니다.

그때였습니다. 갑자기 ‘쾅쾅쾅’하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산이 무너지는 소리 같았습니다. 순간 마십은 이 바위굴에서 죽는구나하고 생각했습니다. 조용히 눈을 감았습니다. 마십은 사랑하는 아내를 그렸습니다. 아내가 행복하게 웃는 모습을 떠올렸습니다. 그러자 그리움에 눈물이 났습니다. 미안했습니다.

‘여보!’

마십은 마지막으로 불러보고 싶었습니다.

아니 그런데 이게 왠 일입니까? 그때, 그때였습니다. ‘쾅쾅쾅’거리던 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았습니다. 갑자기 잠잠해졌습니다.

‘혹시나’

마십은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눈을 뜨기가 두렵기도 했습니다. 마십은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나지막이 “여보”하고 불러봤습니다. 그러고 나서 가만히 아내를 그리면서 눈을 떠봤습니다.

“아!”

마십은 가슴이 벅차오르며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바위굴이 뻥 뚫린 것이었습니다.

“드디어 해냈다.”

단번에 50리길이 뻥 뚫린 것이었습니다. 마십은 굴속을 있는 힘껏 달렸습니다. 굴은 아내가 잡혀 있는 관아까지 뚫려 있었습니다. 굴 끝에 도달하자, 마십은 아내가 그곳에서 치성을 드리고 있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하하하. 여보. 마누라.”
“아니, 여보. 어떻게 된 거예요?”
“하하하. 여보, 내가 당신을 구하려고 바위산을 뚫었소.”
“예-에?”

아내는 반가움과 놀라움에 눈물을 글썽거렸습니다. 마십은 아내의 손을 굳게 잡고, 말했습니다.

“내가 다시는 이 손을 놓지 않겠소.”
“여보, 고마워요.”

아내는 또 한 번 고마움에 눈물을 글썽거렸습니다. 마십은 한참 동안 아내를 꼭 안고나서, 모여든 원님과 원님 아들, 그리고 관원들에게 우렁찬 목소리로 외쳤습니다.

“내 색시 데리고 간다. 이 개 같은 놈들아!”
“….”
“천벌을 받을 놈들.”
“….”
“하하하. 하하하.”

마십이 아내를 데리고 다정하게 굴속으로 들어가자, 이를 본 원님 아들은 분통을 터트렸습니다. 마십의 웃음소리에 약이 바짝바짝 올랐습니다. 그래서 포졸들과 함께 내외를 쫓아갔습니다.

“저 연놈들을 놓치지 마라.”
“….”
“나를 욕보인 저놈들의 사지를 찢어 죽여 버리겠다.”

하지만, 하늘은 더 이상 가만있지 않았습니다. 원님 아들과 포졸들이 굴속으로 들어가자마자 굴은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내외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살아 나오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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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공이산(愚公移山)’이란 사자성어가 있습니다. 90세나 되었던 우공이라는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두 개의 높은 산이 집을 에워싸 북쪽으로 가는 길이 막혀 늘 마음이 편치 않았던 우공이 세 아들과 결국 산을 옮겼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산을 실제로 옮긴이는 우공과 세 아들이 아닙니다. 우공과 세 아들이 정말로 산의 돌을 깨고 흙을 모두 파서 버린 것은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물론 이야기는 거기까지 이르지 않습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사실은 우공이 이웃에게 한 말 때문이었습니다.

아내와 이웃들이 보기에 오르기도 힘든 높은 산의 돌들을 모두 정으로 두드려 깨고 흙을 파서 삼태기에 담아, 그것도 왕복 1년이나 걸리는 바다에 버린다고 하니 어이없을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아내뿐만 아니라 이웃들도 어리석은 짓이라며 우공을 타박했습니다. 하지만 그때도 우공은 굴하지 않았습니다.

“비록 나는 죽더라도 자식은 남아 있을 것이고, 내 자식은 또 손자를 낳을 것이고, 그 손자는 또 자식을 낳을 것이 아닌가? 자자손손 대를 이어 하다 보면 언젠가는 산이 옮겨질 것 아닌가?”

그런데 이때 산신령이 이 말을 엿듣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 말을 들은 산신령은 두려움에 떨렸습니다. 그래서 바로 하느님께 우공이 하는 일을 당장 그만두게 해 달라고 호소하였습니다.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끈기를 가지고 계속 노력하면 마침내 이룰 수 있다는 굳은 믿음을 지니고 있었던 우공이 두려웠던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하느님이 드디어 우공을 본 것입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나, 우공을 본 하느님은 그 마음과 정성에 감동해서 두 산을 번쩍 들어 옮겨 주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실화는 아닙니다. 옛날이야기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그냥 옛날이야기일 뿐이지 뭐’라는 생각을 가질는지도 모릅니다. 요즘 세상에 ‘그런 사람이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지도 모릅니다. 있다손 치더라도 “과연 그게 가능한 일일까?”라는 의구심이 심각하게 올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그러한 일이 인도에서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그것도 두 번이나 말입니다.

한 이야기는 ‘망치와 정’만으로 14년간 터널을 판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2009년에 있었던 실화입니다. 53세의 이 남자는 「서울신문」 2009년 12월 7일에 나온 기사의 주인공입니다. 이 남자는 망치와 정만 갖고 바위가 듬성듬성 박혀 있는 산에 혼자서 터널을 냈습니다. 터널을 완성하는 데 걸린 시간은 장장 14년입니다. 집념의 남자가 터널을 낸 이유는 자동차를 집 앞에 주차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집에 가려면 산을 넘어야 했는데, 길이 없어 매일 몇 킬로나 떨어진 곳에 차를 세우고 집에 가야 했던 그는 자동차를 너무 멀리 세워 두면 도둑을 맞을 수 있어 겁이 났던 것입니다. 남자는 이때부터 스스로 터널을 내기로 했습니다. 도구는 망치와 정뿐이었습니다. 집념만으로 시작한 터널공사는 최근에야 완성됐다고 합니다. 비록 망치와 정으로 뚫은 것이지만, 폭 4.2m 규모의 번듯한 터널이 완성됐다고 합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이야기는 인도의 한 노인 이야기입니다. 그 노인에게는 몸이 아픈 아내가 있었습니다. 산 때문에 병원에 한번 가 보지 못하고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응급치료를 받기 위해 70㎞나 떨어진 병원에 아픈 부인을 데리고 가려고 했지만, 가던 그 길에서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거리가 너무 멀어 치료를 받지 못한 채 죽고 말았던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아내 장례를 치른 후, 화가 난 할아버지는 22년간 산을 깎아서 결국 길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노인은 이웃들이 자신의 부인과 같은 일을 겪게 하지 않기 위해서 산을 깎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아무도 산을 깎아 새로운 길을 만들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 노인은 오로지 망치와 정만 가지고 22년 동안 산을 깎았습니다.

그래서 이제 병원은 가까워졌다고 합니다. 예전엔 거리가 55㎞나 되었지만, 길이 생긴 뒤에는 15㎞로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그러고 나서 그는 80세를 일기로 2007년 세상을 떠났다고 합니다.

이처럼 ‘우공이산’과 같은 일이 실제로, 그것도 요즘 시대에 벌어지고 있습니다.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끈기를 가지고 계속 노력하면 마침내 이룰 수 있는 것이 또한 인간사라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는 사건들입니다. 하느님이 감동해서든지, 인간의 지극한 정성으로 노력해서든지 그렇습니다. 모두 중간에 그만두지 않으면, 언젠가는 이뤄질 것이라는 믿음과 간절하고 절박한 마음이 하늘을 감동시켜 결국 기적이 일어나게 한 것입니다.

기는 놈 위에 뛰는 놈 있고,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리고 타고난 사람보다 노력하는 사람이 뛰어나게 되고, 노력하는 사람보다 좋아하는 사람이 더 뛰어나게 되고, 좋아하는 사람보다 미친 사람이 더 뛰어나게 된다는 말도 있습니다. 하지만 나는 놈보다, 미친놈보다 더 뛰어날 수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절박한 사람입니다. 절박한 사람만큼 그 마음과 생각과 온몸의 힘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사람은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바꿔 말하면, 아마도 절박한 사람만이 자신의 절박함에 온 힘과 정성을 다해 노력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 절박함 속에는 스스로 갖는 믿음과 간절함이 있기에 더욱 가능해진다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우리의 삶에서 나서는 모든 문제는 우리가 어떻게 믿고 마음을 먹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질 가능성이 높아진다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 각자의 삶의 문제이든, 가족의 문제이든, 마을의 문제이든, 사회의 문제이든, 나라의 문제이든지 말입니다.

결국 이러한 생각과 마음, 서로에 대한 사랑과 믿음이 있다면, 그 절박함과 간절함이 우리에게 있다면, 우리는 기적을 스스로 맞이할 것입니다. 마부작침(磨斧作針)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뜻으로,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끈기 있게 노력하면 이룰 수 있음을 비유하는 말입니다. 이 말처럼 ‘도끼로라도 바늘을 만들’ 수밖에 없는 절박함과 간절함으로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끈기를 가지고 계속 노력하면 마침내 ‘도끼로 바늘’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굳은 믿음은, 반드시 우리를 기적과 마주하게 할 것입니다. 사람이 마음을 먹으면 해내지 못할 일은 없습니다. 부부도 마찬가지입니다. 서로 사랑하는 마음과 믿음이 있다면 무엇이든 무슨 일이든 못 해낼 일이 없습니다. 아무리 어렵고 힘든 삶의 여정 속에서도 부부의 간절하고 진실한 사랑과 믿음은 하늘마저도 움직이고야 말 것입니다. 그러니 부부는 끝까지 서로 사랑하고 믿음을 잃지 말아야 합니다.

횡성희망신문 hschamhop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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